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에서는 국내외 사찰과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불교기록유산의 전면적 조사와 발굴을 위해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 구축(ABC)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본 사업의 첫 번째 대상지로는 전남 담양군의 용흥사龍興寺가 선정되었다. 특히 용흥사에는 해남 대흥사 주지를 역임했던 응송應松 박영희朴暎熙(1893~1990)가 보관해 온 고문헌, 고문서가 다수 소장되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전까지 그 전모가 밝혀지거나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불교계와 학계의 큰 관심과 기대를 받은 본 사업단의 자료 조사는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얻게 되었다. 이는 당시 용흥사에 주석하고 있던 백운白雲 스님의 적극적인 의지와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업의 경과를 살펴보면, 2011년 2월 예비 조사를 진행하여 기본 자료를 수집한 후, 그해 7월 11일부터 8월 20일까지 본격적인 현지 조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용흥사 자체의 문헌과 함께 해남 대흥사 관련 문헌, 문서를 다수 발굴하는 성과를 얻게 되었다. 대흥사 문헌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다음의 세 부류이다.
첫째는 초의 의순草衣意恂(1786~1866)의 유품과 초의가 소장했던 불교문헌이다. 박영희는 초의 의순의 다도茶道의 맥을 잇고 있는 인물로서, 그가 소장했던 초의의 가사袈裟, 낙관, 친필 문헌 등이 다수 발굴된 것은 다도의 전승과 병행하여 그 의미가 증폭된다 하겠다. 이와 함께 초의의 유품 중에는 다수의 불교문헌이 있다. 1681년 6월에 신안 앞바다 임자도에 표류했던 중국 상선에 실려 있던 가흥대장경 목함木函이 일부는 배에 남고 일부는 해안에 표류했는데, 해안에서 수습한 불경을 백암 성총(1631~1700)이 복각하여 유통시킨 바 있다. 초의가 소장했던 불교문헌은 이때 해안에서 수습한 가흥대장경이라는 것이 최근의 논의(이종수, 2014)에서 밝혀진 바 있다. 초의가 소장했던 가흥대장경은 총 89종 70책으로 밝혀졌다.
둘째는 대흥사와 그 주변 사찰의 사지寺誌 관련 문서이다. 조선 후기 대흥사를 중심으로 한 불교역사, 의식, 경제, 문화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다.
셋째는 경전류 및 중국과 한국에서 찬술한 다양한 불교문헌이다. 여기에는 대흥사 강원에서 경전을 강의할 때 강의 내용을 정리해 둔 주석 형태의 사기私記류 56종 72책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사기류는 강학이 활발했던 대흥사에서 강사를 역임한 연담 유일蓮潭有一(1720~1799)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불교학의 수준과 성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상 용흥사에서 조사한 자료 가운데 대표적인 문헌은 대흥사에서 전래한 초의의 유품과 불서, 사지寺誌 자료, 사기私記 자료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사지자료집’ 시리즈는 이 가운데 사지 자료를 주제별로 나누고 고해상도로 촬영한 사진을 영인하고 탈초하여 가독성을 높인 자료집이다. 이와 함께 한문으로 되어 있어 해석이 필요한 부분은 번역하여 부록에 수록하였다.
사지 관련 자료는 크게 대흥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문서와 기타 문서로 나뉜다. 이 가운데 대흥사 관련 문서는 표충사 관련 문서, 축원문, 사찰계안, 재정 관련 문서, 중수기, 소임 관련, 승보안 및 사적기로 나뉜다.
표충사 관련 문서는 대흥사에 있는 표충사表忠祠의 관리 및 제사와 관련한 여러 자료들이다.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1520~1604)을 기리기 위해 표충사를 세운 경과와 제향을 담당한 관리자의 명단, 표충사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는 위토位土의 소재와 분포, 참여한 인물의 명단과 소속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축원문은 각종 불사에 시주한 승려와 재가자의 복락을 기원하고 죽은 조상의 추복追福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축원의 내용과 시주 동참한 복전의 명단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사찰계안寺刹契案은 승보계, 등촉계, 헌답계 등 사찰과 승려공동체의 운영과 유지에 필요한 여러 경비를 조달한 내력을 담은 문서이다. 참여한 인물들의 명단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재정 관련 문서는 대흥사 소유 토지의 위치, 세수의 양, 부속물 등 대흥사의 경제 규모와 경영의 실제적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다.
중수기는 대흥사의 전각 및 부속 암자의 중수 경과와 참여 인원, 시주자를 기록한 문서이다.
소임 관련 문서는 대흥사에서 특정한 소임을 맡았던 인물들의 명단이 연도순으로 기록되어 있는 문서이다.
승보안은 대흥사에서 수계를 받은 승려들의 명단이 연도순으로 기록되어 있는 문서이다.
근대문서 2종은 소장자인 응송 박영희의 이력과 관련된 문서이다. 중앙불교전문학교 1회 졸업생 30여 명이 졸업하던 해(불기 2958년, 서기 1931년) 졸업생들의 주장과 강령을 담은 문서로 졸업생들의 서명이 담겨 있다. 축전은 박영희가 대흥사 주지로 발령 난 것을 축하하는 전보이다.
사적기는 대흥사와 산내 암자의 역사를 기록한 자료이다. 대흥사의 역사를 담은 사적기와 사지는 조선 후기에 12종사宗師와 12강사講師를 배출한 대흥사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응송 박영희가 소장한 여러 사적기는 대흥사에서 판각하거나 필사한 최초의 상태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에 서지적 가치 또한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들 문헌과 문서는 전체적으로 대흥사의 역사, 의식, 재정 운용, 문화, 인물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다. 본 사업단에서는 이들 문서 전체를 체계적으로 촬영하고 탈초하고 해석이 필요한 부분은 번역하여 일련의 자료집으로 펴내고자 한다. 「사지자료집-대흥사 편」으로 제목을 삼고, ① 표충사 관련 문서(2014) ② 축원문·기타(세조 교지·관부문서)(2015) ③ 사찰계안(2015) ④ 재정 관련(2016) ⑤ 중수기·소임 관련·승보안(2016)을 간행했고, 추후 사적기 등을 간행할 예정으로 있다